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희대학교 생물학과에 12학번으로 입학해 현재 CJ바이오사이언스에 4년 차로 재직 중인 강우림입니다.
회사를 다니며 박사 학위를 병행해 지난 8월에 배진우 교수님 실험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Q2. 직무와 담당 업무는 무엇인가요?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는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는 직무를 맡았습니다.
이후 데이터 분석에 대한 흥미로 인해 바이오인포매틱스 쪽으로 부서 이동을 해 현재는 임상개발팀 부서에 있습니다.
담당 업무는 병원 공동연구와 임상시험 관련 업무입니다. 주로 임상의와 협력하여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하거나
신약 개발 후보 균주를 발굴합니다. 또한, 임상 개발 인력 분들께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학술 지원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Q3. 다른 직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저희 회사는 서울에 본사가 있고, 광교에 연구소가 있습니다. 서울의 본사에는 임상개발팀, 재무, 인사, IT팀 등이 있습니다.
광교 연구소에는 실험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분리된 미생물의 특성을 규명하거나 해당 물질이 약으로 적당한지 시험하는 등
미생물, 면역 관련 실험 및 공정 개발을 하십니다.
Q4. 현재 하고 계신 연구는 무엇인가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질환군은 파킨슨병과 혈액암입니다. 첫 번째는 파킨슨병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입니다.
유력한 관련 학설은 병인학적으로 장 미주신경에서부터 alpha-synuclein의 축적이 발생하고,
이것이 장뇌축을 타고 뇌에 도달하면 파킨슨병이 발병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장에서 발생하는 alpha-synuclein 축적의 원인을 마이크로바이옴의 dysbiosis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장내미생물을 바꾸면 발병 확률을 낮추거나,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파킨슨병은 불치병으로, 처방되는 약은 모두 치료가 아닌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장내미생물을 통해 실제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약이 개발될 수 있다면 정말 기쁘고 보람찰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혈액암 관련 연구입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B세포성 림프종에서는 항암제로 리툭시맙을 쓰는데,
어떤 사람은 호중구가 없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혈액암 환자는 장내미생물 군집에 dysbiosis가 발생하고 있었고, 그 정도가 심한 환자일수록 항암치료 시 반응률이 낮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착안해 항암치료 시작 전 장내미생물을 검사하는 방법 등으로
장내미생물 군집을 정상으로 되돌려놓는다면 항암치료 효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장내미생물 군집을 타깃으로 하여 기존 치료제의 항암치료 효율을 올려주는 방식의 병용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Q5. 해당 직무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저의 주 업무는 데이터 분석이기 때문에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어서 시간과 장소에 제약받지 않는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또한, 회사 일을 하면서도 학계의 최전선에 서서 연구하고 논문을 쓸 수 있다는 점, 연구가 논문을 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업과 학계의 장점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직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반복적이고 꾸준한 일에 금방 싫증을 느끼는 성격인데, 매일 새로운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보며
에너지를 얻고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Q6. 업무 역량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보통 학위를 받고 기업에 들어가면 이제 공부와는 작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바이오 산업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1년만 지나도 알고 있던 지식이 과거의 것으로 변하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연구직 종사자는 계속해서 논문을 읽고, 학계의 트랜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실험 기법이나 분석툴에 관해 공부하고, 괜찮은 것이 있다면 도입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7. CJ바이오사이언스는 어떤 기업인가요?
CJ바이오사이언스는 천랩과 CJ제일제당의 레드 바이오 연구진이 합쳐져서 탄생한 마이크로바이옴 제약 회사입니다.
천랩에서 구축해둔 데이터베이스와 생물정보학 분석 능력, CJ제일제당의 면역, 약리학적 실험 능력과
개발 경험의 시너지 효과로 Global No.1 microbiome company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8.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와 기존의 치료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마이크로바이옴은 제2의 genome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의 면역, 대사,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질환군에서 환자들의 마이크로바이옴은 건강인과 매우 다르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그동안 난치, 불치병으로 생각되었던 다양한 질환들의 치료에 대한 실마리를 얻으려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치료제들의 개발방식은 bench to bedside, 연구소에서 개발된 약을 환자에게 투여하여 시험하는 방식이었지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bedside to bench, 즉, real world의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치료제로 사용할 균주도 실제 사람의 장으로부터 얻어낸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Q9.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원래 사람의 장에서 공생하던 세균들을 개발하여 활용하므로 부작용과 독성의 위험성이 매우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장내미생물 군집을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치료제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점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아직 역사가 짧고, 인류가 아직 모르는 부분, 밝혀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약 개발까지 더 긴 연구 기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그 자체가 생물체이므로 생산과 QC의 난도가 훨씬 높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Q10. 해당 직무에서 생물학 전공자의 비율은 어떤가요?
일반적인 chemical을 기반으로 하는 제약 회사에는 화학, 약학 전공자가 많지만 바이오 신약 분야에는 biology를 해야 하는 연구/개발 인력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생물학과, 생명과학과 출신들이 더 많습니다. 저희 분야인 마이크로바이옴에서는 당연히 미생물학자의 비중이 높지만,
바이오 신약 산업 전반적으로는 면역학, 생리학 또는 특정 질환에 대한 전공자들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Q11. 도움이 되었던 학부 과목은 무엇인가요?
저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지도 교수님이신 배진우 교수님의 응용미생물학, 미생물생태학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아무래도 제약 전반에 있어서 이호근 교수님의 병원미생물학이나 정용석 교수님의 면역학 수업 내용이 활용도가 높았습니다.
김광우 교수님, 김권일 교수님의 바이오인포매틱스 관련 수업들도 들어 두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 제 졸업 이후에 오셔서 듣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Q12. 해당 직무 취업을 위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현직에 종사하며 체감하는 바로는, 최근에 공채를 줄이고 즉시 전력감으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기업에서 일하고 싶으신 후배님들이 계시다면, 먼저 가고 싶은 회사와 그 회사의 주력 사업, 그 사업에서 많이 필요로 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조사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커리어의 방향을 설계한 뒤에 이후에 대학원에서 공부할 분야를 선택하고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덧붙여, 석사 학위 취득 후에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최대한 많은 실험 기법과 장비의 사용법을 익혀두면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R 프로그램, 파이썬을 활용한 통계 분석 능력은 나중에 어느 분야, 어느 직군으로 진출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옵니다. 기회가 되면 무조건 배워 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Q13. 생물학과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생물학과 학생들은 아마 대학원 진학으로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 힘들긴 하겠지만 10년 후 미래를 생각한다면 괜찮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부 때는 여러 수업을 들으며 하고 싶은 걸 찾는 게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당장 눈앞의 공부, 학점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검색을 통해서만 찾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진로 탐색을 위한 다양한 체험을 해봤으면 좋겠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 있기에
졸업한 선배들이나 교수님들께 조언을 많이 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순수학문의 길에 입문하신 여러분들의 앞에는 남들보다 조금 더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견뎌야 할 번데기의 시간이라면 나방보다는 나비가 되도록 그 기간을 멋지게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2023.01.12